한국경쟁 부문 수상작들이 발표되었습니다. 이 부문에서는 한국 단편영화의 우수함을 널리 알리기 위해 선정된 예술성과 독창성을 가진 20편의 작품이 상영되었는데요. 한국을 넘어 전 세계로 뻗어나갈 다양한 단편영화들을 만나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 총평 ]
파올로 시모니, 미레유 트랑블레 카롱, 이안 세 사람은 심사위원의 자리에서 한국단편영화들을 보는 기쁨과 영광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여러 영화제들 가운데 오직 단편영화만을 위한 영화제로 41년을 이어온 부산국제단편영화제에서 관객과 만나게 된 20편의 영화들은 이미 ‘스크린’을 통해 세상에 존재증명을 하게 된 자체로 어떤 상에도 견줄 수 없이 스스로 빛나는 작품들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한국영화현장의 현재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스무 편의 영화들 가운데 저희의 심사가 보태는 상은 미래의 한국영화를 더 밝고 다채롭게 만들어 달라는 당부와 응원의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 한 편 한 편 모든 작품들이 저마다의 고민과 세계관을 담은 우주들임을 알고 있습니다. 제각각 빛나는 하늘의 별들을 우리가 별자리로 묶어서 보기도 하듯이 올해의 한국경쟁작들은 오늘날의 한국 사회를 노동과 이민, 청년 세대가 세상과 맺는 관계와 갈등, 그리고 순수하게 누릴 수 있는 영화적 즐거움 등등 초점에 따라 다른 형상이 되는 다면적 세상으로 볼 수 있는 지표의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우리 심사위원들은 이런 지표들 가운데 앞으로의 단편영화, 앞으로의 한국사회를 넘어 영화의 생태계를 지탱할 힘을 보여주는 작품들에게 박수와 기대를 동시에 보냅니다.
최우수작품상 <내 어머니 이야기>
???? 내 어머니 이야기 | 김소영, 장민희 My Mother’s Story | KIM SOYOUNG, JANG MINHEE South Korea│2023│Animation│15’08”│DCP│Color│Asian Premiere
놋새는 딸 은성에게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준다. 군대에 끌려간 첫사랑, 마을에 처음 전기가 들어온 날, 그리고 너무도 그리운 어머니에 대해서…. 추억을 풀어놓는 동안, 돌아갈 수 없는 고향을 향한 놋새의 그리움은 더욱 깊어져 간다. 은성은, 어머니의 인생을 만화로 그리기로 한다.
[ 심사평 ]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피난과 실향을 겪어내는 거대한 한국사 속에서 할머니가 된 엄마가 TV에 비친 풍경 하나에 고향을 떠올리면, 딸은 그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리고, 그 그림이 애니메이션을 통해 움직이고 노래하며 할머니는 소녀가 되고, 그리움이 되고, 떠나온 고향이 되고, 두고 온 부모님의 목소리가 된다. 이 작품은 ‘생명을 불어넣는다’는 의미의 애니메이션 작품이 보여줄 수 있는 가능성과 미덕을 한국적 이미지와 음악으로 더욱 풍성하게 만들면서, 비극으로 여겨질 수도 있는 실향민 할머니에게 소녀로서의 사랑과 희망을 되돌려주는 놀라운 기적을 만들어내고, 그 기적 안에서 관객들에게 공감과 희망을 나누어 주는 작품이기에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대상으로 선정되었다.
우수작품상 (DM스튜디오상), 관객상 <여름방학>
???? 여름방학 | 김민성 Summer Vacation | KIM MINSEONG South Korea│2023│Fiction│27'44"│DCP│Color
수연은 친엄마의 10주기 기일 성묘를 위해, 엄마가 어릴 적 해주시던 갈비찜을 준비하려 한다. 그러던 와중, 수연의 새엄마 영은에게 전화가 온다. 영은은 바쁜 수연의 아버지를 대신해, 친엄마의 10주기 기일을 챙겨드리기 위해 수연이 지내는 곳을 깜짝 방문했던 것. 영은의 마음은 알겠지만, 새엄마인 영은이 친엄마의 기일을 챙겨주는 것이 불편한 수연. 마음을 단단히 먹고 왔지만, 수연의 묘하게 차가운 태도에 상처받는 영은. 배려와 미안함 속에 묘하게 틀어지는 하루가 지나가고, 성묘 날 아침이 밝아온다.
[ 심사평 ] <여름방학>은 주인공의 어머니 사망 10주기를 배경으로 합니다. 긴장과 애정 사이에서 지극히 미묘한 경계를 유지하고 균형을 맞추면서 소녀와 새엄마의 관계를 탐구합니다. 오해, 불안, 상실감에 친밀감과 상호 인정까지 담은 서사는 뛰어난 각본과 연출, 배우들의 해석을 바탕으로 전개됩니다. 죽은 부인을 포함하여 중요한 인물들이 모두 참석하지만 정작 아버지이자 남편은 참석하지 않는 기일 성묘에서 영화의 감정은 절정에 이릅니다. 인간의 가장 좋은 감정으로 돌아가게 하는 훌륭한 영화로 심사위원들은 우수 작품상을 받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심사위원특별상 (에스엘알렌트상) <도축>
???? 도축 | 윤도영 Slaughter | YUN DOYEONG South Korea│2023│Fiction│26’11”│DCP│Color
도축장의 강한 사내들 사이에 적응하지 못하던 상우는 자기와 닮은 야윈 소를 데리고 도축장에서 탈출하기로 결심한다.
[ 심사평 ] <도축>은 경제적 생존을 위해 자신의 가치를 억지로 굽혀야 하는 많은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존중하고자 하는 용기와 진심을 담은 영화입니다. 상우는 미래의 아이를 위해 도축장에서 최선을 다해 일하지만 윤리적 한계를 넘어설 것을 강요하는 권위에 맞서야 합니다. 유려한 대사, 각 캐릭터의 명확한 의도, 김홍국 배우의 의미 있는 연기를 통해 노동 계급의 경직된 현실을 짧은 시간 안에 담아낸 윤도영 감독의 <도축>에 축하를 보냅니다.
연기상 <루나> 김송은 배우
???? 루나 | 김혜진 LUNA | KIM HYEJIN South Korea│2023│Fiction│24’22”│DCP│Color
베이비시터로 일하는 대학생 루나, 수시로 일렉트로닉 음악을 들으며 일상에서 탈출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에게 원치도 예기치도 않았던 임신이라는 사태가 닥친다. 담담하게 일상을 지켜나가면서, 루나는 ‘임신 중지’를 이루어내야 한다.
[ 심사평 ] 심사위원단은 <루나>에서 보여준 김송은 배우의 연기에 대해 그녀를 연기상 수상자로 결정했습니다. 루나라는 소녀를 연기하면서 보여준 섬세함과 단순함은 지극히 예민한 순간을 다룬 이 작은 영화의 성취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소녀는 임신 지속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순간에도 자기의 삶을 지켜 나갑니다. 김송은 배우의 연기는 주인공의 자연스러운 행동에 설득력을 부여합니다.
심사위원 특별언급 <헤어 나올 수 없는>
<헤어 나올 수 없는> 이한오
심사위원단 모두를 웃음 짓게 한 이한오 감독의 <헤어 나올 수 없는>을 언급하고 싶습니다. 외모와 외모 콤플렉스라는 주제를 간결하면서도 유쾌한 서사로 풀어내어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작품입니다. 영모라는 캐릭터는 자신의 머리카락이 여자친구와의 사랑을 위협하는 문제가 될 수 있다는 현실적 고민으로 고뇌합니다.
스크린 속에서 생동감과 여유로운 다이나믹을 보여준 두 배우에게 축하를 보내며,
민들레 홀씨처럼 떠나간 머리카락은 잘 지내는지 안부를 전합니다!
수상하신 모든 감독님들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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