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림] 2021 부산국제단편영화제 경쟁 부문 수상작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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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부산국제단편영화제 경쟁 부문 수상작 발표
국제경쟁 부문
[총평]
올해 국제경쟁 선정작 39편은 이야기, 관점, 영화에 대한 접근 방식 면에서 풍성함이 돋보였으며 다양성과 포용성을 겸비한 프로그램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심사위원 세 명은 팬데믹으로 이동이 불가능한 시기에 영화로 세계를 여행할 기회를 준 모든 감독들에게 감사하면서 그들의 용기와 상상력에 찬사를 보냅니다.
[최우수작품상]
<벨라> 뗄리아 페트라키
안티라는 논픽션적 인물의 편지를 바탕으로 영화는 냉전의 종식을 앞둔 시기에 그리스와 소련을 배경으로 열망과 변화에 대한 친밀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파운드 푸티지를 활용한 내러티브 구성으로 영화를 분절하여 극영화와 다큐멘터리의 경계를 허물려는 노력이 돋보입니다. 역사를 바라보는 흥미로운 시각과 완벽한 공생을 이루는 주인공의 눈부신 연기는 급격한 변화를 앞둔 여성의 내면으로 관객을 초대합니다.
[우수작품상]
<부엉이> 사이몬 폰텐, 요아킴 버만
8분이라는 시간 속에 단편영화 고유의 힘을 여실히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두 감독은 분위기와 서스펜스를 급격히 고조시키고 결정적인 순간 이후 벌어지는 상황을 통해 관용과 집단으로부터 받는 압력에 대한 코믹하고 통렬한 메시지를 전합니다.
[심사위원특별상]
<족장 알-싯> 수잔나 미가니
전통과 변화 속에서 자신을 지키려고 애쓰는 개인의 여정을 담은 아름다운 성장 이야기입니다. 영화가 품은 여성적 시각과 격려를 전하며 열린 결말로 마무리하는 신비로운 엔딩의 영화적 시퀀스는 심사위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관객상]
<삶의 끝에서 나눈 대화> 파비엔느 코흐
한국경쟁 부문
[총평]
제38회 부산국제단편영화제 한국경쟁부문에 오른 작품은 총 20편이었습니다.
애니메이션만의 인상적인 상상력을 펼쳐 보인 작품부터 장르적 특성이 완성도 있게 표현된 영화들, 그리고 익숙한 드라마지만 새로운 영화적 분위기로 단편의 미덕을 살린 작품들이 많았습니다. 네덜란드, 리투아니아, 한국 등 3인의 심사위원들은 본선에 오른 동시대 한국의 다채로운 작품들을 심사하게 됨을 기쁘게 여기며 각자 발견한 흥미로운 작품들에 대해 진솔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세상으로부터 방치된 아이들의 얼굴과 서로를 다독이는 손길이, 오랫동안 이야기되어왔지만 아직도 여전히 여러 폭력적인 상황에 놓인 여성과 사회적 소수자, 그 가족들의 상처와 고통이, 한 여름 뜨거움 속에서,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세상에서, 동시대 다양한 삶의 시간 속에서 절망의 목소리를 지나 치열하게 싸우면서도 사랑과 우정과 유머의 힘으로 버텨지고 있는 삶의 깊숙한 드라마들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심사위원들은 단편의 간결함 속에서 섣부른 예측을 불식하며 자신만의 드라마를 참신하게 쌓아 올린 작품에 주목했습니다. 수상한 작품들에 축하를 보내며 한정된 선택의 상황에 아쉽게 수상하지 못한 많은 작품들에도 응원과 애정을 보냅니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팬데믹 상황에 직접 영화제에서 만나지 못하고 온라인으로 만날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 진한 아쉬움을 남기며 그럼에도 열정적으로 영화에 대한 의견을 피력해주신 심사위원 분들에게 심심한 감사를 전합니다.
[최우수작품상 (KAFA상)]
<조지아> 제이 박
이 드라마가 가진 힘은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에 있습니다. 강간과 자살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강한 확신을 갖고 영화적으로 풀어낸 작품입니다. 말로 표현하기 불가능한 부모의 상실감이라는 심리상태의 복합성을 완벽하게 시각화하며 모든 것이 영화 말미에 선명해집니다. 때로는 텅 빈 공간이 무수한 말보다 많은 이야기를 전합니다. 중요한 것은 침묵이 아니라 행동하는 것입니다. 정의를 향한 강렬한 외침 속에서 유머로 버텨 나가는 모습이 심사위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우수작품상]
<쥐뢰> 홍연이
집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엄마의 부재와 여러 문제 앞에 놓인 두 아이의 시선을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자연스러운 스타일로 보여주는 흥미로운 작품입니다. 다소 초현실적인 플롯은 보호와 안전이 부재한 적대적인 세상에서 아이들이 느끼는 공포와 연결시킬 수 있습니다. 두 소녀는 아름답고 자연스러운 연기를 통해 그들 주변을 둘러싼 혼란 속에서도 일상을 견디는 끈끈한 자매애를 보여줍니다. 자매의 심리 세계와 통제 불가능한 세상의 현실이라는 균형감 있는 대조가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심사위원특별상]
<혈연> 왕희송
심사위원들은 좀비 영화라는 장르에 독창성을 가미한 작품 <혈연>을 긍정적으로 보았습니다. 풍자와 비극이라는 상반된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면서 유치해 보이지 않도록 노력하는 세심함이 돋보입니다. 장르의 클리셰와 예측을 예상치 못한 반전으로 풀어나가는 이야기 전개도 주목할 만합니다. 임주원 배우의 연기는 다양한 분위기 사이로 이야기가 매끄럽게 전개되도록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연기상]
<신의 딸은 춤을 춘다> 해준 배우
심사위원들은 만장일치의 의견으로 <신의 딸은 춤을 춘다>의 주인공 역할을 맡은 해준 배우를 연기상 수상자로 선정했습니다. 변성빈 감독의 <신의 딸은 춤을 춘다>는 한국의 현실을 살아가는 한 트렌스젠더의 모습을 유쾌하면서도 통쾌하게 보여주는 ‘한 편의 퍼포먼스’ 같은 영화였습니다. 그리고 이 퍼포먼스의 주인공은 단연 해준 배우였습니다. 영화가 말하고자 한 당당한 진실을 주인공 캐릭터이자 본인 그 자체로 표현해준 해준 배우에게 축하를 전하며 앞날에도 무한한 응원을 보냅니다.
[심사위원 특별언급]
<달팽이> 김태양
영화 <달팽이>는 독창적인 컨셉이 돋보입니다. 다큐멘터리 환경에서 펼쳐지는 연기, 불가피한 시간의 흐름 속에 이어지는 감정의 지속, 사소한 대화 뒤에 숨은 이야기들, 기억의 취약성 같은 영화의 주제가 심사위원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불확정성과 창조성 사이의 그 무언가가 영화를 처음 봤을 때는 특별해 보이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관객상]
<우리가 꽃들이라면> 김율희
넷팩 부문
[총평]
한국경쟁과 국제경쟁에 포함된 아시아 작품 대부분은 사회문화적 환경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으며 집단강간, 자녀양육, 신세대의 얽힌 사랑, 장례의식 등 광범위한 이슈에 대한 인간의 깊은 우려를 표현합니다. 애니메이션의 흥미로운 시도를 비롯하여 작품 대부분이 최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높은 기술적 완성도를 보여주었습니다.
심사위원 세 명은 숙련도와 완성도를 평가하면서 좋은 이야기를 쓰고 풀어나가는 능력에 주안점을 두었습니다. 좋은 이야기는 구성, 색, 조명, 편집에 적절한 관심이 주어질 때 ‘더 좋은’ 이야기가 됩니다. 좋은 이야기가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아서 ‘와우’하는 감탄사를 자아낼 때 그 이야기는 ‘최고의’ 이야기가 됩니다.
이것은 좋은 영화나 나쁜 영화에 관한 것은 아닙니다. 영화가 경쟁 부문에서 평가되기 위해서는 그 영화의 감독이 자신의 사회적 관심사를 영화의 맨 끝까지 얼마나 밀어 붙일 것인지에 대한 약속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들은 영화 언어의 창조적 가능성과 소통하고, 영화를 이용하여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야 합니다.
[넷팩상]
<조지아> 제이 박
디자인을 전공한 딸이 집단 강간을 당하면서 가난한 가정의 염원은 처참히 무너집니다. 정의를 부르짖는 부부의 외침은 철저히 무시당하며, 한글 폰트에 없는 ‘조지아’ 폰트로 현수막을 제작하려는 부부의 힘겨운 노력이 시적으로 표현됩니다. 딸의 꿈과 흔적이 담긴 이미지들은 부부를 버틸 수 있게 하는 힘이자, 관객이 극중 상황에 더욱 공감할 수 있게 만듭니다. 이야기의 완결성, 판타지적인 이미지가 주는 힘을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오퍼레이션 키노 부문
[총평]
오퍼레이션 키노 부문에 상영된 여섯 작품을 통해 현시대를 살아가는 다양한 계층의 삶과 공간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짧은 제작 기간 내에 각 작품이 담아내려 했던 주제가 안정적으로 표현된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주제에 비해 비슷한 형식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최우수작품상]
<산 23-1, X> 이민호
영화는 한때 관광객이 몰렸던 돌산마을의 현재를 지긋이 바라봅니다. 폐허가 된 마을에는 우리가 외면했던 존재와 기억이 보이고 들립니다. 영화는 어두운 마을 너머로 화려하게 빛나는 도시를 바라보며 문명의 이기가 낳은 욕망을 감각할 수 있게 합니다.
[우수작품상]
<또바기> 최소윤, 이고은
영화는 김광순 할머니와 그녀의 일터를 세심하게 담습니다. 섣불리 달려들지 않는 카메라의 시선은 김광순 할머니가 20년 동안 쌓아온 시간의 결과 동네 주민과 맺고 있는 관계를 선명하게 드러냅니다. 우리는 김광순 할머니의 평범한 일상에 이끌려 ‘당연한 듯 사라지고 있는 것’의 가치를 다시금 되새깁니다.
[아고라상]
<산 23-1, X> 이민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