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밀리 단편 가족] 비 더 레즈 / Be the Reds
작성자 :
최은규
작성일 :
2018-04-10 16:35:48
조회 :
228

우리의 여름을 기억해

 

[패밀리 단편 가족] 비 더 레즈 / Be the Reds / 김윤기

 

대한민국 건국 이래 최대의 사건을 딱 하나만 뽑으라면 뭘 꼽을 수 있을까? 셀 수도 없이 많은 후보들이 있겠지만, 최소한 나는 지난 2002 월드컵 4강 진출 신화를 뛰어넘는 사건을 떠올리기 어렵다. 그전까지 8강이나 16강은 고사하고 제대로 된 승리의 기쁨 한 번 맛보지 못한 (이건 100% 사실이다. 2002 월드컵 이전까지 대한민국 축구는 월드컵 무대에서 단 1승조차 거둔 적이 없었다) 축구 최약체국 대한민국이, 포르투갈과 이탈리아 등 내로라하는 축구 강국들을 꺾고 세계 4위의 위업을 달성했던 그때 그 시절. 대한민국 어디를 가도 거리응원을 펼치는 사람들로 홍수를 이룬 가운데 스스로를 붉은 악마라 칭했던 우리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승리의 기쁨과 마지막 순간 아쉬움의 눈물을 함께했다. 그리고 우리의 정체성이었던, 붉은 악마의 응원복인 빨간 티셔츠엔 “Be the Reds!” 라는 하얀색 글귀가 쓰여져 있었다. 어쩌면 앞으로 두 번 다시 찾아오지 않을, 지구상에서 가장 뜨거운 여름들이었다.

 

 벌써 십 수년 전의 추억에 빠져 너무 횡설수설한 것 같으니, 이제 영화 얘기를 좀 하겠다. 지금껏 열변을 토했던 2002 월드컵, 정확히는 스페인 전 승리 이후 4강 진출을 확정 짓고 독일과의 준결승을 앞두고 있던 시점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 가운데, 항상 빨간색 티셔츠를 입고 다니며 벽에는 히딩크와 안정환의 사진을 붙여둔 초등학생 상훈이가 바로 이 영화의 주인공이다. 다가오는 학교 축구대회에서 우승하길 꿈꾸는 상훈이는 자신과 호흡이 잘 맞는 베스트 멤버로 팀을 꾸려놓고 출격준비를 하지만, 이번 대회에선 제비 뽑기로 출전 선수를 뽑겠다는 담임선생의 한마디에 상훈이의 여름은 위기를 맞는다. 결국 축구의 축자도 모르는 오합지졸들과 한 팀을 꾸리게 된 상훈이. 과연 상훈이는 4년 전 열렸던 유소년 축구대회 MVP에 이어, 자신의 선수생활에서 새로운 커리어를 쌓을 수 있을까.

 

 사실 비 더 레즈를 보기 위해서 꼭 지난 월드컵 때의 추억이 필요한 것만은 아니다. 평소에 축구를 그리 좋아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하지만 분명히 말하건대, 당신이 축구를 좋아한다면 이 영화를 싫어하긴 힘들 것이다. 월드컵 주제곡들이었던 조수미의 “Champions” 와 클론의 발로차가 영화 ost로 흐르는 가운데, 지난 2003년 중국과의 경기에서 비신사적인 플레이를 되풀이하던 한 중국 선수의 정수리를 내리쳐 정의구현(?) 을 한 바 있는 이을용 선수의 업적을 패러디한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터지는 웃음을 참기 힘들다 (혹시 궁금하신 분들은 네이버에 을용타를 검색해 보시길). 그래서 나는 영화를 보며, 영화 외적으로도 여러 모로 즐거웠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잊고 살아왔던 16년 전의 여름 풍경들을 다시 생생하게 눈앞에 떠올릴 수 있었다. 물론 누군가는, 이렇게 반문할 수도 있다. 그때 선수들 이제 다 은퇴해버린 오늘. 월드컵의 기억을 되새기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철 지난 추억팔이 정도에 그치지 않겠느냐고 말이다. 하지만 그거 알고 있는가. 오늘날 케이블 TV의 스포츠 채널에선, 편성해 내보낼 만한 마땅한 행사가 없을 땐, 지금도 지난 2002 월드컵 하이라이트가 몇 번이고 반복해서 재방송되고 있다. 

 

 

관객리뷰단 최은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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